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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가이드

쉥겐 협약 가입국 vs 비가입국 완벽 정리 (장기 체류 루트 짤 때 필수)

by 밤서랍 2025. 12. 13.

    [ 목차 ]

유럽 여행을 한 달, 두 달 길게 계획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는 거대한 벽이 있습니다. 바로 '쉥겐 조약'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럽은 다 기차 타고 다니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지만, 90일이라는 체류 제한이 발목을 잡는 순간 지도는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쉥겐 국가에서 90일을 다 쓰면 무조건 유럽 밖으로 나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유럽 대륙 안에서도 숨 쉴 구멍은 있었습니다. 바로 '비쉥겐 국가'들입니다. 오늘은 제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지도를 공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 체류 루트의 핵심인 가입국과 비가입국의 차이, 그리고 이를 활용한 '무한 유럽 살기' 전략을 공유합니다.

 

쉥겐 협약 가입국 vs 비가입국 완벽 정리 (장기 체류 루트 짤 때 필수)
쉥겐 협약 가입국 vs 비가입국 완벽 정리 (장기 체류 루트 짤 때 필수)

쉥겐 90일 카운트가 시작되는 순간과 멈추는 순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했던 것은 '내 90일 시계가 언제 돌아가는가'였습니다. 쉥겐 협약 가입국은 국경이 없는 하나의 거대한 나라와 같습니다. 프랑스 파리 공항에 입국 도장을 찍는 순간, 제 90일 시계는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가든, 버스를 타고 스페인으로 가든 국경 검사가 없으니 출입국 도장도 찍히지 않습니다. 즉, 몸은 다른 나라에 있어도 서류상으로는 계속 '쉥겐 영토' 안에 머무는 것으로 간주되어 90일 카운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줄어듭니다.

 

많은 여행 초보자들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것입니다. "프랑스에서 30일 있었고, 이탈리아에서 30일 있었으니 각각 따로 계산되겠지?"라는 착각입니다. 아닙니다. 둘 다 쉥겐 국가이므로 총 60일을 쓴 것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헷갈려서 여행 초반에 루트를 짤 때 큰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90일이 지나면 불법 체류자가 되는데, 가보고 싶은 나라는 아직 절반도 못 돌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시계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쉥겐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 즉 '비쉥겐국'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쉥겐 지역을 벗어나는 순간 출국 도장이 찍히며 카운트다운이 일시 정지됩니다. 마치 게임에서 세이브 포인트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 원리를 깨닫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3개월이 넘는 장기 체류 루트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2024-2025 최신 버전: 어디가 쉥겐이고 어디가 아닐까?

루트를 짜려면 지도를 펴놓고 국가들을 분류해야 하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럽연합(EU)'과 '쉥겐 조약' 가입국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EU 가입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쉥겐국이 아닙니다. 제가 여행할 당시 가장 헷갈렸던 나라가 크로아티아였습니다. 과거에는 대표적인 비쉥겐 국가여서 90일 피난처로 사랑받았지만, 2023년부터 쉥겐 조약에 정식 가입했습니다. 옛날 블로그 글만 보고 크로아티아로 피신했다가는 90일 초과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쉥겐 가입국 (90일 합산되는 곳)] 우리가 흔히 '서유럽', '북유럽'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나라입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그리스 등입니다. 여기에 최근 가입한 크로아티아와, 2024년 3월부로 '항공/해상' 국경이 개방된 불가리아, 루마니아(부분 가입)까지 포함해서 계산해야 안전합니다.

 

[비쉥겐 국가 (체류일 따로 계산되는 곳)] 여기가 바로 장기 체류자들의 오아시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영국과 아일랜드입니다. 섬나라라 이동이 비행기로 제한적이지만 확실한 피난처입니다. 동유럽 쪽으로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알바니아 같은 발칸 반도 국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튀르키예(터키)와 조지아도 비쉥겐입니다. 저는 이 나라들을 징검다리처럼 활용하여 쉥겐 90일을 아끼는 전략을 짰습니다.

쉥겐과 비쉥겐을 섞어 쓰는 '무한 체류' 샌드위치 전략

쉥겐 규정을 완벽히 이해했다면, 이제 '샌드위치 루트'를 짤 차례입니다. 쉥겐 국가 여행 사이에 비쉥겐 국가를 샌드위치 속 재료처럼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스페인 80일 여행] -> [영국 30일 여행] -> [다시 이탈리아 10일 여행] 순서로 루트를 잡는 것입니다.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루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파리와 바르셀로나에서 약 85일을 보내며 쉥겐 일수를 거의 다 썼을 때쯤, 저가 항공을 타고 비쉥겐 국가인 영국 런던으로 넘어갔습니다. 영국은 쉥겐 조약과 상관없이 한국인에게 자동 입국 심사로 6개월 무비자를 줍니다. 런던에서 한 달을 보내는 동안, 쉥겐 지역 밖에서 시간이 흘렀으므로 과거 180일 기간 중 초반에 썼던 체류일들이 하나둘씩 소멸하기 시작했습니다. (180일은 고정된 기간이 아니라 오늘 날짜 기준으로 계속 밀리는 'Moving Window'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쉥겐 지역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다시 쉥겐 지역인 이탈리아로 돌아왔을 때는, 다시 입국할 수 있는 쉥겐 체류일이 확보된 상태였습니다. 만약 서유럽 물가가 부담스럽다면 발칸 반도의 알바니아나 몬테네그로 같은 저렴한 비쉥겐 국가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쉥겐 일수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결국, 유럽 장기 체류의 핵심은 '지도 공부'입니다. 가고 싶은 나라가 쉥겐인지 아닌지를 미리 파악하고, 90일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쏟아부을지 결정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 구분만 확실히 해도, 쫓기듯 여행하지 않고 여유롭게 유럽 대륙 전체를 내 집처럼 누빌 수 있습니다.

 

* 규정은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니,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서 최신 정보를 재확인하세요